정의

치아 우식증(蟲齒, 이하 충치)은 당분 섭취 등 식생활과 미생물 감염이 겹쳐 나타나는 치아 경조직의 대표적인 만성 감염성 질환이다. 구강 내 세균이 발효성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 생성하는 유기산에 의해 치아의 단단한 조직이 서서히 탈회(脫灰, 무기질이 빠져나가는 현상), 분해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오래된 고전 모형(Modified Keyes-Jordan 모식도)에 따르면 치아, 치면 세균막, 탄수화물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시간이 더해져 병소의 발생과 진행이 결정된다.

대한민국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12세 아동의 영구치 우식 경험자율은 2003년 75.9%에서 2012년 57.3%로 줄었고, 우식경험영구치지수(DMFT, 우식을 겪은 영구치 개수의 평균)도 2003년 3.23개에서 2012년 1.8개로 감소했다. 다만 덴마크(0.6개), 독일(0.7개) 등 OECD 주요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만 19세 이상 성인의 영구치우식유병률은 2012년 기준 35.0%로 나타났다.

충치가 진행되는 정도는 조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법랑질(치아 표면의 가장 단단한 층)이 녹기 시작하는 임계 산도(pH)는 약 5.5인 반면, 그 안쪽의 상아질은 pH 6.2~6.7에서도 탈회가 시작되어 법랑질보다 훨씬 약한 산에도 취약하다. 병소가 계속 진행할지, 멈출지는 침(타액)의 완충 능력, 불소 농도, 당분 섭취 빈도 같은 방어 요인과 위험 요인 사이의 균형에 따라 역동적으로 결정된다.

원인

충치의 직접적인 원인은 치아 표면에 형성되는 치면세균막(치태, biofilm)이다. 세균막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산소를 좋아하는 균이 많지만, 막이 두꺼워지면서 내부 산소가 차단되어 산을 만들고 산에도 잘 견디는 균(대표적으로 Streptococcus mutans, 이하 뮤탄스균)이 우세해진다. 뮤탄스균은 자당(설탕) 같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세포외 다당체를 만들어 세균이 치아 표면에 더 잘 달라붙게 돕고, 강한 산 생성 능력과 낮은 산도에서도 살아남는 특성으로 pH를 5.5 이하로 떨어뜨려 치아 무기질(수산화인회석)을 탈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대로 이를 막는 방어 기전도 있다. 성인은 하루 1.0~1.5리터의 침을 분비하는데, 침 속 칼슘과 인 이온은 치아 무기질이 정상 산도에서 녹지 않도록 포화 상태를 유지시키고, 항균 성분들이 세균의 부착과 대사를 억제한다. 침 분비가 늘면 산을 중화하는 완충 능력도 함께 강화되지만, 이 방어력을 위험 요인이 웃돌면 탈회가 재광화보다 우세해지면서 병소가 발현하게 된다.

충치는 생기는 위치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 씹는 면의 좁은 홈(소와·열구)에 발생하는 소와열구 우식증은 세균막이 잘 고이는 좁은 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넓게 퍼지는 특징이 있고, 치아와 치아 사이 접촉면처럼 침에 의한 세정 효과가 적은 부위에서는 평활면 우식증이 나타난다. 한편 나이가 들며 잇몸(치은)이 퇴축되어 원래 덮여 있던 치아 뿌리 부위가 드러나면 그 표면에 치근 우식(치근면 우식증)이 생기기 쉬운데, 노출된 상아질이 법랑질보다 약한 산에도 쉽게 녹기 때문이다. 국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065세 이상 인구의 치근 우식 보유율은 조사 시점에 따라 4589%로 보고될 만큼 비중이 커지고 있다.

증상

충치가 가장 처음 눈에 띄는 형태는 백색 병소(白色病巢, 하얀 반점)다. 법랑질 표면의 다공성이 늘면서 빛이 고르게 투과하지 못해 하얗고 뿌옇게 보이는데, 이 시기에는 아직 통증이 거의 없다. 치아 표면을 말렸을 때 흰 반점이 더 뚜렷해졌다가 다시 젖으면 흐려지는 경우는 진행 중인(활동성) 병소일 가능성이 있고, 마르거나 젖은 상태 모두에서 흰색이 그대로 유지되며 표면이 단단하다면 이미 진행이 멈춘 병소이거나 우식과 무관한 법랑질 변화일 수 있다.

병소가 상아질까지 진행되면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찬물이나 단 음식을 먹을 때 순간적으로 날카롭고 짧게 시린 느낌이 들었다가, 자극을 없애면 통증도 바로 사라지는 상태를 가역성치수염이라 부른다. 원인이 되는 자극(우식, 노출된 치질 등)을 제거하면 치수(치아 신경)가 회복될 수 있는 경미한 염증 단계다.

하지만 충치를 계속 방치해 세균 감염이 치수까지 번지면 회복이 어려운 급성치수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아픈 자발통이 나타나고, 자극을 제거한 뒤에도 통증이 수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된다. 초기에는 쿵쿵 쑤시는 듯한 격발통이, 후기에는 온열 자극에 통증이 심해지고 오히려 찬물에 잠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누운 자세에서 치수 내 압력이 올라가 통증이 심해져 잠에서 깨는 경우도 있다.

진단

치과에서는 초기 병소의 표층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끝이 뭉툭한 CPITN 탐침으로 치면의 거칠기를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끝이 뾰족한 기구로 강하게 눌러 진단하면 이미 약해진 표층 방어막이 파손되어 오히려 병소가 개방되고 세균 침투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소의 진행 단계를 체계적으로 분류할 때는 ICDAS(국제 치아우식 진단 평가 시스템)를 활용한다. 5초간 치면을 말렸을 때만 구별되는 초기 변화(Code 1)부터 상아질이 드러난 와동(Code 5), 치면 절반 이상이 무너진 광범위한 와동(Code 6)까지 육안 관찰을 통해 6단계로 나누어 평가하고, 이 단계에 따라 치면열구전색이나 재광화 유도, 직접 수복 등의 치료 방향을 정한다.

이와 함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치아 사이 인접면 우식은 교익 방사선 사진으로 진단한다. 특히 인접면 우식은 방사선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깊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초기 병소가 발견되면 3~6개월 간격으로 촬영해 진행 여부를 추적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CAMBRA(우식위험도 평가에 근거한 치아우식증 관리)는 개별 환자의 위험 요소와 방어 요소를 함께 살펴 고위험군·중위험군·저위험군으로 나누고, 위험도에 따라 차등화된 예방·치료 계획을 세우는 접근법이다.

치료

2000년 국제치과연맹(FDI)이 제창한 최소침습 개념은 현재 충치 치료의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핵심은 초기 병소의 재광화 유도, 우식을 일으키는 세균 감소, 건강한 치질의 최소 삭제, 손상된 수복물의 보수, 치료 후 예방 관리로 요약된다. 이 때문에 이미 구멍(와동)이 생긴 경우에도 과거처럼 넓게 삭제하기보다, 병든 조직만 최소한으로 다듬는 치아형성 원칙이 적용된다.

아직 와동이 생기지 않은 초기 병소, 즉 백색 병소 단계라면 삭제 대신 재광화를 먼저 시도한다. 병원에서는 2.0% 불화나트륨(NaF), 8.0% 불화 제일주석(SnF2), 1.25% 산성불화인산염(APF) 용액·젤이나 불소 바니쉬 같은 고농도 전문가용 불소 제재를 치면에 도포하는데, 이들은 치아 표면에 불화칼슘(CaF2) 침전물을 만들어 칼슘과 불소 이온을 서서히 내보내는 저장고 역할을 하면서 탈회된 부위의 재광화를 돕는다. 그중 5% 불화나트륨(불소 22,500ppm)을 담은 불소 바니쉬는 우식 위험이 높은 환자나 치근이 노출된 환자에게 3개월 간격으로 치면 구석구석 도포하며, 표층이 깎여 나가지 않도록 도포 전에는 과도한 치면 연마 대신 일반 칫솔질로만 치태를 제거하는 것이 권장된다. 가정에서는 0.05% 불화나트륨 용액으로 하루 한 번, 또는 0.2% 농도로 일주일에 한 번 양치하는 방법이 함께 쓰인다. 이 밖에 우유 유래 단백질(카제인 인산펩타이드)과 비정질 인산칼슘을 결합한 CPP-ACP 제재는 치면에 칼슘과 인 이온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인회석 형성을 돕는데, 특히 법랑질의 백색 병소를 재광화하는 데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런 방법으로 병소의 진행이 멈추면 굳이 삭제하지 않고 정기적인 관찰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

삭제 후 빈 공간을 채우는 수복 재료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치아 색과 비슷한 심미성을 지닌 복합레진은 상아질 접착제와 함께 사용해 치아와 미세하게 결합하며 전치부와 구치부에 폭넓게 쓰이지만, 굳는 과정에서 부피가 약간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여러 층으로 나누어 채우는 방식이 필요하다. 치과용 아말감은 수은과 은-주석 합금을 섞은 재료로 압축강도가 우수하고 경제적이지만 치아와 화학적으로 붙지 않아 기계적으로 고정되는 형태로 삭제해야 하며, 금속색을 띤다는 제약이 있다.

치은 퇴축으로 치근이 노출된 노인 환자나 우식이 잘 생기는 환자의 치근면 우식에는 글라스 아이오노머가 주로 사용된다. 이 재료는 치아 표면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불소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다시 우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접근이 어렵고 무증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치근 부위 수복에 적합하다.

예방

예방의 중심에는 불소가 있다. 낮은 농도의 불소는 치아 무기질의 산 저항성을 높여 더 낮은 산도에서도 견디게 만들고, 높은 농도에서는 불소와 칼슘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화합물을 형성한다. 동시에 뮤탄스균이 세균막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효소 작용을 억제해 세균 자체의 성장도 늦춘다. 국내에서는 치약에 1,000ppm 이하의 불소를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상수도 불소화 정책을 통해 인구 전체 차원에서 우식 발생률을 낮추려는 시도도 있었다.

다만 불소를 이용한 대중적인 예방책은 씹는 면의 깊은 홈(소와·열구)까지는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부위는 칫솔질로도 청소가 쉽지 않은데, 치면 열구 전색제(실런트)로 홈을 물리적으로 메워 세균과 음식물의 침투를 막는 방법이 함께 쓰인다. 전색제는 치아를 깎지 않는 비침습적 처치로, 특히 어린이의 영구치가 막 나왔을 때 자주 권장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불소도 과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치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불소를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법랑질이 고르게 석회화되지 못해 하얀 반점이나 갈색 얼룩, 심하면 표면 함몰까지 나타나는 불소침착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소아 불소 사용은 정해진 적정 농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예방 효과와 부작용 위험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치과에서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